한식의 미래 '난로 넥스트' 이끄는 최정윤·박정은
지난달 25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5'에서 한국 식당 4곳이 50위 안에 들었다. 밍글스(5위), 온지음(10위), 세븐스도어(23위), 이타닉 가든(25위)이다. 모두 한식을 기반으로 하는 식당들이다. '미식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이 행사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을 뽑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아시아 버전인데, 지난해에 이어 연달아 서울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그만큼 한식은 전 세계 미식계의 핫 이슈다.
'난로' 조선 후기 실학자 요리 모임 명칭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한식의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두 여성이 있다. 최정윤 샘표 셰프와 박정은 호스피탈리티 그룹 대표다. 이 두 사람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한식산업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인재들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난로 넥스트(NANRO NEXT)'다.
"지금 전 세계에서 한식이 너무 잘 나가고 있지만, 100년 후까지도 이 분위기가 이어지려면 어떡해야 할까? 제2의 강민구·안성재·박정현이 나오려면 선배들은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다 결국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최)
두 사람은 한식의 산업화·연구·미래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 '난로'를 발족한 핵심 멤버다. 난로는 2022년부터 한식 셰프들과 맛집 대표를 비롯해 식품·전통주·금융·IT·브랜딩·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300여 명이 모인 커뮤니티 '난로회'를 근간으로 2023년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난로회'라는 명칭은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 18세기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숯불을 지핀 화로를 가운데 두고 음식을 구워 먹던 고기구이 모임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 2월 25일에는 이태원에 있는 파인다이닝 식당 '소울 다이닝'에서 사전모임을 열고 난로 넥스트의 취지와 이후 진행될 펠로우십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참여자들은 조희숙 셰프, 정관스님 등 요리업계 리더뿐 아니라 외식업계 대표, 마케팅 담당자를 비롯해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금융·IT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여성 리더들이었다.
"난로 넥스트는 단순히 한식 요리법을 가르쳐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에서 한식산업을 일궈나갈 새로운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예요. 식당을 창업하려면 요리만 잘해서는 안 되거든요. 마케팅·법률·경영도 알아야 하죠. 그래서 다양한 분야 리더들의 멘토링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최)
최 셰프는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소 실장이자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대만 지역 의장으로 한식 세계화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정은 대표는 미쉐린 가이드 뉴욕에서 2스타를 받고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북미 식당 중 가장 높은 6위에 오른 '아토믹스'를 비롯해 뉴욕 록펠러센터의 한식당 '나로', 뉴욕의 한식 퓨전 다이닝바 '서울살롱' 등이 속한 그룹을 책임지고 있다. 남편인 '아토믹스'의 대표 셰프 박정현 씨와 함께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 미식계에서 한식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아토믹스가 보여주는 서비스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인데, 그 모든 시스템과 콘텐츠를 만든 이가 박정은 대표다.
"아토믹스의 콘셉트는 단순히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아니에요. 인테리어, 그릇, 메뉴판 하나까지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준비했죠. 동시에 저희 부부가 전 세계 식당들을 방문해 보고 듣고 느낀 글로벌 경험도 녹여냈어요. 이제 제대로 된 식당을 경영하려면 미각뿐 아니라 오감으로 할 수 있는 경험 집합체로서의 공간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앞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박)
10월에 외국인 셰프 초청 한식 체험 행사
난로 넥스트의 첫 번째 펠로우십은 오는 10월에 시작된다. 미국 내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셰프들 중 한식에 관심 많은 이들을 한국으로 1주일간 초대해 한식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케 할 예정이다.
"한식이 세계로 더 넓게 뻗어나가려면 외국인 셰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요. 이탈리아 식당을 하려면 이탈리아 현지에 가서 배우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와서 한식 창업을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요. 그들이 한국에 와서 한식을 경험하고 한식 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게 난로 넥스트의 주 내용입니다."(최)
지난 10일에는 뉴욕 아토믹스에서도 뉴욕주의 다양한 분야 리더들과 함께 난로 넥스트 사전모임 행사를 가졌다.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라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활발한 미국 내 리더들의 활발한 응원과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는 난로의 미국 비영리법인 설립을 위한 사전모임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난로 넥스트 활동은 시작됐다. 멘토링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첫 번째 활동으로 고명외식조리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전통 한식의 근간을 배울 수 있는 책 『한국전래음식』 50권을 기증했다. 국내 셰프들이 외국에서 펠로우십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서양에서 일식은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일상식으로 자리매김했죠. 반면 한식은 아직도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에요. 한식이 그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려면 지금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파인다이닝 한식당 외에도 캐주얼한 식당들이 많이 필요하고, 그 식당을 외국인이 운영하면 더 좋겠죠. 그만큼 그들의 일상으로 들어갔다는 거니까요. 이게 난로 넥스트의 목표예요."(박)
· 링크: 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