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9시, 유타 전역에서 “미친 푸드트럭 사람들”로 통하는 컵밥(Cupbop)의 창업자 송정훈 대표와 크루들은 그날 노란색 트럭이 설 위치를 SNS에 올린다. 점심 무렵이면 이미 수백 명이 줄을 서서, 한 컵 가득 담긴 한국식 바비큐 덮밥을 기다린다. 이곳은 단순한 푸드트럭이 아니라 젊은 에너지·춤·음악이 가득한 놀이터에 가깝다. 크루가 “컵!”을 외치면 손님들이 “밥!”으로 화답하고, 자연스럽게 하이파이브가 오간다.
송 대표는 2013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중고 트레일러 한 대(2만 5,000달러)로 컵밥을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식 스트리트 푸드에서 힌트를 얻었다. 슬로건 “SHHH… JUST EAT!(잔말 말고 그냥 먹어)”가 브랜드의 정신을 압축한다. 한국식 바비큐로 조리한 소고기·돼지고기에 잡채와 채소를 올린 밥 한 그릇이 대표 메뉴다. 이름 ‘Cupbop’은 그대로 “컵에 담긴 밥”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재미있고 쿨한 브랜드” 이미지는 사실 절박함에서 나왔다. “첫날에는 사람이 몰려서 200인분이 서너 시간 만에 매진됐어요. 그런데 다음 날부터는 손님이 뚝 끊겼고, 모든 걸 쏟아부은 그 트레일러 위에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크루들이 트레일러 위에서 소리를 지르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난 4월 17일 코리아타임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송 대표가 회고했다. “사람들이 힐끗거리기 시작해서 판을 더 키웠어요. 음악을 튀우고 춤을 추기 시작했더니 트럭이 위아래로 흔들렸고, 사람들이 신기해서 안을 들여다봤죠. 한 명이 붙더니 다섯 명, 그러다 200명 대기줄이 눈에 안 들어올 만큼 길게 늘어섰습니다. 짜릿했어요.”
컵밥은 로컬라이제이션에도 공을 들였다. 소스는 달콤한 1단계부터 “fire in the hole”이라 이름 붙인 10단계까지, 한식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미국인 입맛을 세분화해 제공한다. “컵밥의 뿌리는 한식이에요. 다만 한식의 본질을 멕시칸·베트남 요소가 섞인 익숙한 미국식 소스 뒤에 숨겼죠. 미국인들이 먼저 익숙한 걸 먹고, 그다음에 조금씩 파고들어 결국 한식과 만나게 되는 겁니다.” 베스트셀러는 한국식 치킨너겟이 얹힌 락밥(Rock Bop). “너겟이 돌처럼 생겨서 락밥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송 대표는 “아시아 식당은 서비스가 형편없고 손님과 교감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데도 공을 들였다. “우리는 낯선 얼굴, 낯선 억양, 낯선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래도 하이파이브하고, 어깨동무하고, 함께 춤추고 사진 찍을 수 있는 아시안 친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언어가 서툴러도요.” 이것이 컵밥 특유의 ‘펀 컬처(fun culture)’로 자리 잡았다. 크루가 트럭 위에서 춤추고 노는 영상이 SNS에서 퍼져나가면서 브랜드도 함께 성장했다.
현재 컵밥은 미국에 약 6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200개 매장을 두고 스낵 카테고리 2위에 올라 있으며, UAE 두바이와 캐나다 진출도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매장 수가 30개였던 지난해 기준 미국 시장 가치는 약 1,400억 원(1억 200만 달러)으로 평가됐다.
45세의 이 창업가는 지금의 세계적 한식 붐이 큰 기회지만, 소규모 단독 매장에 머무는 미국 내 한식당들이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진단한다. “창업 초기에는 대량 주문할 수 있는 간장이 일본산·중국산뿐이었어요. 진짜 한식 맛을 알리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비(非)한국 간장으로 불고기를 만들어야 했죠.” 그는 말했다. “한식 재료를 취급하는 대형 유통 지원이나 한식을 브랜드로 묶어주는 체계가 없으면, 결국 무주공산이 됩니다. 일본·중국 사업가들이 기회를 감지해 큰 한식당을 열고, 정체불명의 떡볶이나 김치를 만들어 ‘한식’으로 팔죠.”
송 대표와 컵밥의 노력, 그리고 한식의 인기 상승 덕분에, 이제 컵밥은 미국 최대 유통기업 시스코(Sysco)에 한국 브랜드 제품 코드 추가를 요청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샘표가 시스코 온라인 카탈로그에 자사 간장을 넣기 위해 7~8년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시스코에 ‘컵밥용으로 샘표 간장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니, 우리의 구매력을 배경으로 성공적으로 등록됐죠. 그 뒤로 CJ 만두, 오뚜기 마요네즈, 오리온 터틀칩스, 빙그레 사만코, 롯데칠성 밀키스까지 이어졌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식을 찾는 흐름이 계속 커지고 있어요. 이 순풍이 한식을 스포트라이트로 밀어올릴 강한 바람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5만 5,000개가 넘는 치킨집이 좁은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후배들에게, 송 대표는 밖으로 나가라고 조언한다. “미국 오기 전에 제 유일한 재능은 춤이었어요. 성적도 바닥이었고 영어도 제대로 못했죠. 부유한 친구들과 달리 유타 도착 직후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한국 창업가들 평균보다 훨씬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실패는 사실 한 걸음 나아가는 새로운 기회다’라는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는 덧붙였다.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니에요. 더 많은 젊은 후배들이 도전해서 더 큰 시장을 찾아나서면 좋겠습니다. 지금 시장은 우리를 기다리며 활짝 열려 있으니까요.”
· 링크: korea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