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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YORI), 산업 협력으로 유럽에서 한식의 영역을 넓히다

매체
코리아타임스
게시일
2024. 04. 24
NANRO Foundation

김종순 대표가 이끄는 JS홀딩스는 대표 브랜드인 한식당 YORI(요리)를 앞세워 영국에서 한식을 대중화하는 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유럽 본부 이노베이션팀에서 근무했던 김 대표는 2016년 말 런던에서 한식 BBQ 레스토랑 YORI를 시작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해 현재 14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42세의 이 기업가가 그리는 그림은 식당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유럽 전역에 한국식 문화 체험 인프라를 짜왔다. 영국과 유럽 각지에 자리한 15개가량의 ‘인생네컷(Life 4 Cuts)’ 스튜디오와 함께, 영국 안에서는 한국식 디저트 카페, 뷰티·네일살롱, 패션숍까지 아우른다. 그룹 전체 임직원은 약 400명에 달한다.

김 대표는 이전 직장에서 유럽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닐 때 정통 한식을 하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 관찰이 런던 중심가 피카딜리 서커스에 첫 YORI를 여는 계기가 됐다.

YORI는 불고기(marinated grilled meat), 삼겹살(grilled pork belly) 등 정통 한식을 낸다.

매장 콘셉트는 “젊고 여유롭게(young and rich)”였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당시 대부분의 한식당이 오너 1인·매장 1개 구조로 소규모 운영되던 시절, 그는 “힘들게 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가 아니라 “우리는 잘하고 있어요.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엔 사이드나 소주 한 병을 서비스로 드릴 수 있어요” 쪽으로 접근했다.

2023년 영국 케임브리지 지점의 한식 BBQ 레스토랑 YORI 요리
2023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식 BBQ 레스토랑 YORI 지점의 정통 한식 메뉴. 사진 김종순 제공

이어 그는 손님과 관계를 쌓는 데 ‘정(jeong)’을 활용했다. 정은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친근함, 서로에 대한 배려를 뜻하는 한국말이다.

“처음 한두 해 동안은 손님이 쓴 안경과 신발을 매칭해 거의 다 기억할 수 있었어요. 지난번엔 누구랑 왔고, 어디 앉았고, 뭘 시켰는지 기억하면서 말을 걸면 손님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김 대표는 지난주 코리아타임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손님이 음식을 남기면 그는 그 메뉴 값을 빼줬다.

“손님이 ‘매웠어요’라고 하면, ‘다음엔 이거 드셔 보세요’ 혹은 ‘다음엔 덜 맵게 만들어 드릴게요’ 하면서 그 메뉴를 계산서에서 지웠어요.” 영국·유럽의 여느 식당들이라면 이럴 때 서비스 차지만 빼거나 10% 정도 할인해 주는 데 그치지만, 그는 다르게 했다.

“손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고 안아드렸어요. 그러다 보니 기억해야 할 이름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오픈 1년도 안 돼 문밖까지 줄이 늘어섰고, 그 주 내내 줄이 이어졌어요. 팬데믹 전에는 매일 줄 서는 식당이 됐죠. 그때 ‘이 한국식 정이 여기서도 통하는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이 2023년 11월 뉴몰든의 한국식 디저트 카페 Cake & Bing Soo에서 김종순 JS홀딩스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3년 11월 영국 뉴몰든의 한국식 디저트 카페 Cake & Bing Soo에서 찰스 3세 국왕(오른쪽)이 김종순 JS홀딩스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국왕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이 지역을 찾았다. 사진 김종순 제공

여느 한식당과는 다른 접근

영국 서리대(University of Surrey)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셰프 출신이 아닌 김 대표는 음식 맛 위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얹는 데 집중했다. 좋은 맛은 기본이지만, 다수의 한식당을 운영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메뉴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길 가던 사람에게도 가르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한식은 셰프의 손맛에 좌우돼 프랜차이즈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저는 한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려면 맛이 표준화돼야 한다고 봐요. 그 셰프가 있든 없든, 지점마다 비슷한 맛이 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맛의 표준화와 별개로, 그는 1~2년마다 매니저와 셰프를 지점 간에 순환시키는 로테이션 시스템도 도입해 혁신을 유도했다.

“매니저가 한자리에서 1~2년을 보내면, 아래 직원들을 다 데리고 자기가 오너인 것처럼 굴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는 말했다. “그래서 직원들을 순환시켜요. 같은 맥락에서, 전체 인력이 100명, 300명이 됐을 때도 조직을 전반적으로 재편했습니다.”

2023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국식 사진관 인생네컷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23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국식 사진관 ‘인생네컷(Life 4 Cuts)’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김종순 제공

파이 자체를 키우기

김 대표는 사진관 사업 ‘인생네컷’을 하면서 유럽의 작은 나라들에도 놀랄 만큼 많은 K-팝 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인생네컷은 네덜란드·이탈리아·체코·루마니아 등 5개 유럽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덴마크·독일·프랑스·몰타가 라인업에 추가된다.

그는 한국 문화가 “K-”라는 접두사에 의존하지 않고 각국 로컬 맥락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기 콘텐츠에 기대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당이 잘되는 건 한국 요리 자체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지, ‘오징어 게임 2’가 공개돼서가 아니에요. 인생네컷의 성공도 넷플릭스 노출에 기대는 게 아닙니다.” 그는 말했다. “추억을 남기고 공유하고 싶은 인간 보편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라고 봐요. 한국인이나 아시아 커뮤니티를 넘어 공감되는 개념이죠.”

“한류는 우리 사업에는 보너스 같은 겁니다. 한류가 없더라도 사업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김 대표는 자신의 사업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문화를 유럽에 확산시키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것을 가져와서 여기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우리인데, 정작 유럽에서 한국과 관련해 뭔가 해보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한테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는 걸 느껴요.”

“역사상 한국 드라마·영화·패션이 동시에 인기 있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러 각도에서 한국에 관심이 생기고 있고, 우리 회사는 이걸 다른 산업들과 연결해 사람들의 관심을 계속 살리려 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2023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앞서 자신의 매장을 찾은 찰스 3세 국왕에게 한국식 빙수(우유 기반 눈꽃 얼음 디저트)를 만드는 법을 설명했던 자랑스러운 순간을 떠올렸다.

“큰 규모의 한국 커뮤니티가 있는 뉴몰든(New Malden)에 왕실 인사가 방문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한류가 오래 못 갈 거라는 우려에 대해 김 대표는 한류는 이제 파도가 아니라 바다에 가깝다고 말한다.

“한류가 왔고, 이게 언젠가 사라질 거라 걱정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은 한류가 사람들의 삶에 깊이 스며든 바다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것, 그다음 것을 계속 찾아내면서 이걸 이어갈 몫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있는 거죠.”

· 원문(영문): The Korea Times, Park Jin-hai 기자, 2024-04-25.
· 링크: koreatimes.co.kr